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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후기




나를 오덕이라 불러도 좋소. 이제와서 아니라고 하기도 좀 뭣하다.


이상하게 케이온을 시작으로 근 2년간 자꾸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 버릇 중에서도 또 버릇이라면 오프닝은 안보고 그냥 넘긴다는 것이다. 몇번 보면 지루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어떻게 생겨먹었나 꾹 참고 보는데 [마마마]의 오프닝은 진짜 내 타입이 아니라... 유년시절 마법소녀물은 죄다 섭렵한 내 눈에는 겉으로 슥 보기에 좀 분위기좀 잡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마법소녀물로 보여서 그냥 스크롤을 쉭쉭 넘겼다. 근데 이런 분위기의 그리고 이런 결말의 내용인지 알았다면 가사가 어떤가 다시 한 번 눈여겨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뭐 지금시점에서 다시 찾아보긴 좀 귀찮긴 하지만...


처음 나올 때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여느 마법소녀물처럼 주인공을 마법소녀로 변모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안내자가 등장을 하고 그 안내자가 자꾸 '계약'을 강조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흐름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기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나는 이야기가 그때쯤 흘러갈 때는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는지도 몰랐고. 근데 이게 마법소녀가 죽더라. 그것도 머리가 씹어먹혀서 죽더라 하는 부분부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던 사람들도 이게 심각한 전개를 보일 것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작품을 인지하게 된 것은 이때쯤이었을 것이다. 인터넷에 짤방이 돌아다니는데 하얗게 생긴 놈이 자꾸 계약하자고 조르고 마법소녀라는 애가 자꾸 머리를 씹어먹히니까 이상할만도 하지. 근데 그게 한두번 그런 것이 아니고 유머게시판 등에서 자꾸 거론이 되고 패러디가 되고 구설수에 오르니까 이게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고 이게 9화쯤 나와서야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언급을 해서 이제는 지겨울 만도 하지만 그렇게 등장인물을 죽이면서 이게 보통 마법소녀물의 세계관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줌과 동시에 꿈과 희망을 안고 브라운관 앞에 앉은 아이들이 볼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인지시키고 있다. 희망을 안고 시작을 했지만 그 끝은 언제나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절망만이 있을 뿐이고 자신을 위해 계약을 한 일부를 제외하고 타인을 위해 계약을 하다 원치 않은 결말을 맛보는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그런 그림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랐다.
더구나 큐베는... 사람들이 남 생각은 쥐꼬리만큼도 안하고 자꾸 자기 잣대만 들이댄다고 큐베보고 개새끼라고 하던데 큐베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 최대한 합리적이고 인도적인 방향으로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을 뿐이지 절대 개새끼가 아니라는 생각을 쭉 했다. 그러면 우리가 가축을 키워서 잡아먹는거랑 뭐가 다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11화에 큐베가 그대로 말하더군. 더불어 그런 마법소녀들의 기적과 맞바꾼 희생이 인류 전체에게는 큰 도약이 될 수 있었다는 부분까지 가미가 되어 결국 마도카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을 하게 되더라.
또한 기존 인류사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획을 그었던 여느 마법소녀들보다 더욱 거대하고 숭고한 희생을 선택한 마도카에 의해 앞으로의 흐름이 아닌 흐름의 뿌리 자체를 뒤흔드는 결말 또한 놀라웠다. 어떻게 그런 전개가... 그리고 그는 갔지만 언제나 우리곁에 함께 있습니다 하는 전형적인 마무리. 마도카의 유산이 공격마법이란 상징적인 요소로 표현된 것이 맛깔스러웠다.


따라서 엔딩은 '어쨌든 희생을 하는 게 좋다' 인 것 같지만 마도카는 그렇게 해서 크게 성공했던 한 예를 보여준 것 같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기대와는 다를 때 생기는 심리적인 박탈감과 절망감을 감수할 만한 용기를 가지고 그래도 이 길이 옳다고 생각하고 나아갈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던진 것 같다. 어찌보면 우리 인생사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건 맨날천날 쳐묵쳐묵하는 케이온처럼 심심풀이로 볼만한 것은 아니고 나름대로 생각좀 하면서 봐야 할 것 같다. 동심파괴 이딴거 다 상관없고 조금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지만 메시지는 필요하니까 애들도 보고 어른들도 꼭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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