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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결
이번 학기부터 우리 학부는 새로이 전자출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게 본대 전체에 모두 적용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평소 공부는 따로 마련된 열람실에서 하기 때문에 책 빌릴 때나 한번씩 도서관에서 쓰던 학생증의 이용도가 급증하다 못해 이제는 없으면 안 될 정도로 필수불가결해졌다는 것은 좋은 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학부는 이전 지정좌석제에서 더 나아가 전자출결로 이전부터 계속 문제삼던 출석 부분의 강화를 꾀하겠다는 말씀이올시다 정도로 들린다.

하지만 이게 좀 허점이 있는데... 우리 학과는 다른 과와는 다르게 수업 시간마다 과목에 맞추어 강의실을 찾아 직접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한 학번에 강의실이 지정되어 있고 교수님이 직접 강의실을 왔다갔다 하는 구조다. 슬픈 말이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고등학교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다. (더불어 시간표도 고등학교 퀄리티) 게다가 매 시간 강의실에 80명이 넘는 학생이 꽉꽉 차서 수업을 듣고 교수님들도 외래에 회진에 수술 학회 컨퍼런스에다 수업 중에도 콜이 들어올 정도로 다들 바쁜 분들이신데다 정해진 시간에 비해 쏟아놓고 가야 할 양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출첵 건너뛰는 건 일도 아니다. 전자칠판으로 강의녹화도 하겠다 학번에 필기돌이도 쏙쏙 심어져 있겠다 마음만 먹으면 출석을 요리조리 잘 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부터 출석으로 말이 많았고.

그렇게 직접 출첵하는 수고를 덜고 출첵을 건너뛰는 일 없이 모든 시간 출첵을 시행하여 더욱 철저히 날을 세우겠다 해서 마련된 전자출결제도이지만 문제는 출첵 방식에 있다. 이게 매 시간 출석이 갱신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슬롯에 학생증을 계속 끼워두든지 아니면 대체번호 한 번만 입력하면 중간에 시스템이 뻗어서 재가동을 하든 인위적으로 갱신을 하는 일이 아니면 그냥 자동으로 계속 출석을 했다고 기록이 된다. 정말 대출이 간편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학기초에는 사람 말고 학생증만 학교에 오는 일도 많고 학생들은 꽤 많이 자리를 비운 듯 보이지만 놀랍게도 개강 첫주 전시간 전원출석을 기록한 기적적인 일이 발생하게 된다. 학교가 학생을 너무 믿었던 것에서 나타나는 일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학부측에서는 이를 파악하고 거의 매시간 행정실 직원을 통해 전자출결상황과 실제 출결상황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교수가 출첵을 하지 않는다 뿐이지 결국 비싼 돈 들여 가면서 기기설치하고 시스템 구축해서 쓸모도 없는 21세기 한강이남 최첨단 출석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사람이 직접 출석을 체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왜 돈 써 가면서 바보짓을 할까... 요즘 학교가 안 좋은 쪽으로 명불허전 소리를 듣고 싶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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