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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게임의 수록곡




공부가 안 되면 안 되는 날마다 찾아오는 포스팅. 오늘은 리듬게임의 수록곡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나는 아케이드 게임장에 발걸음을 끊은 지 2년 정도 되는 철 지난 리듬게이머지만 그래도 내가 예전에 했던 게임들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무슨 곡이 있는지 패턴은 어떤지 이슈가 되는 곡들은 어떤지까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신작이 나오면 전체적인 개선점은 쭉 훑어보고 인컴 촬영영상은 비교적 꼭꼭 챙겨보는 편이다. 발매 후에도 타이틀 스크린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UI를 촬영한 영상은 절대 놓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것 찍어서 유투브에 올리는 분들 정말 사랑한다... 그런 수준의 리듬게이머지만 얼마 전 트위터에 이런 볼멘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EZ2AC 신작 발표가 나면서 비슷한 소리를 또 했다.

게임을 플레이하지도 않는 사람은 그런 소리 할 자격도 없다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10년 넘게 리듬게임 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웠던 나름의 기준에 의거한 용기 있는 발언이다ㅜㅜ



대부분의 리듬게임은 제각기 지니고 있는 한정된 연주방식에서 비롯한 제약을 벗어나 다양한 플레이 경험을 유저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정말이지 다양한 장르의 수록곡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두드리면 동캇소리밖에 나지 않는 태고의 달인도 거장들의 클래식 악곡에 맞추어 북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렇게 한 게임 한 시리즈 내에 모인 곡들은 서로 장르가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수록곡들이 각각 유니크한 특성을 가진 곡들로 기억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된다. 하지만 리듬게임에 있어 수록곡이란 단순히 장르의 차이를 떠나 제각각 뚜럿한 컨셉이나 테마가 있고 그것을 독특한 스타일로 풀이하여 누구나 처음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한 힘을 갖추게 되어야 한다. 그런 각각의 독특함이 있어야 다른 곡을 플레이하면서 얻는 경험의 차이가 더욱 극대화되며 다시 한 번 그 곡을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끔 하는 흡입력을 지닐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곡들 중 일부는 몇년이 지나도 명곡 타이틀을 받고 시리즈, 혹은 게임을 대표하는 곡으로 우뚝 서면서 몇년이 지나도록 두고두고 회자되기도 한다.


최근 누리조이의 비트크래프트 사이클론 PV는 그런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비록 플레이 방식과 UI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주어 조금은 저평가되고 있는 게임이지만 구 어뮤즈월드-구 펜타비전에 이은 누리조이의 개발인력과 노하우는 어느정도의 퀄리티를 보장받기에 충분했으며 그것을 그대로 입증하는듯한 PV의 선공개곡은 매번 그랬듯 수려한 퀄리티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오죽하면 수록곡이 아까울 정도라는 말이 나올까. 사정상 플레이해 본 적은 없지만 플레이 영상도 많이 봤고 음악도 심심찮게 들어본 경험으로써 이 게임은 꼭 OST를 내어주었으면 하지만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것은 왜일까 싶다.
어쨌든 이 PV에서 공개된 곡들은 하나같이 앞서 말한 것처럼 '컨셉이나 테마가 뚜렷하며 그것을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낸' 곡들이다. 뭐 다들 오랜 경력을 지닌 뼈대 굵은 작곡자들이라서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아직까지도 '음악게임을 위한 게임음악은 이래야 한다'를 가장 스탠다드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PV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온 EVOLVE의 PV. 사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운을 띄운 포스트이긴 하다. 그 전에 저 트위터에 썼던 말에 대해 좀 더 부연설명을 해 보자면... 에전에 AEIC+EC OST를 들으면서 좀 아쉬웠던 점은 '과연 이 곡이 뭘 말해주고 싶은 것인가'하는 느낌을 주는 곡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EZ2DJ가 정말 동인게임 듣던 시절에 비하면 곡의 구성이나 퀄리티는 비약적인 상승을 한 것도 맞고, 그 와중에는 꽤 독특하다 싶은 곡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의 곡들은 음악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건반형 리듬게임을 위한 곡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 음악을 연주하는 느낌보다는 노트가 내려오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 곡이 나름 모양새가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곡을 조금만 뜯어보면 두서 없이 구성이나 멜로디가 좀 촌스럽다던가 사용된 악기가 좀 어울리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 그러한 작곡자가 있고 그러하지 않은 작곡자가 있는데 그냥 작곡자의 성향 차이인가 역량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정말 문제는 그런 곡들이 모이고 모여 꽤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그런 트랙들은 다 그 트랙같고 결국 각각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수록곡 전체가 평가절하 당하는 건 너무 멀리 갔다 싶고. 그래도 곡들이 나름 괜찮긴 한데 경상도 사투리로 히마리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런 면이 좀 부족하니까 좀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예전부터 점점 난이도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터라 복잡한 채보를 원하는 유저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키음이 왕창 들어간 곡이 필연적으로 탄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 곡들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작곡자에게 곡을 의뢰해서 곡을 받았는데 그런 곡이다 보니 채보도 어렵게 짜서 난이도 인플레이션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러한 환경이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건 내가 개발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 생각나서 저렇게 써 놓은 거지만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을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이번 작품은 어떨지 모르겠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지난번 PV때와 크게 다른 느낌을 못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곡들이 굉장히 라이트해졌다고 별로 안좋아하던데 난 그런 것 보다는 좋은 곡이 있는지만 관심이 있는지라. 여전히 괜찮아 보이는 곡은 좀 괜찮고 아니다 싶은 곡들도 비슷한 비율로 있는 것 같다. 물론 까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지난번보다 많이 나아졌다 하는 느낌은 없다. 


이 평가자체가 좀 이상할 수도 있는게 연주하라고 만든 음악을 듣고만 평가를 하니까 보통 사람들의 의견과 좀 어긋나는 게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음악은 음악이다 보니 듣는 부분에서 괜찮은 점도 좀 아쉬운 점도 생각나서 그냥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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