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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ysterious Voyage of Homer

거의 모든 에피소드의 시작

 

나의 최애 애니메이션은 <심슨 가족>이다. 대부분은 나사 빠진듯한 감성으로, 가끔은 블랙 코미디로 점철된 에피소드 속에 가끔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요즘에는 편성 자체가 안 되는 모양이지만) 과거 밤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의 투니버스를 좋아했고, 이외에는 따로 볼 방법을 몰라 아프리카TV에서 누가 불법으로 24시간 내내 틀어놓고 있는 걸 들어가서 보았더랬다. 요즘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전 시즌 관람이 가능하다던데 디즈니 플러스 어서 국내에 들어왔으면...

 

 

호머의 기묘한 여행

본 지는 1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가끔 떠올리는, 두고두고 보고 싶어서 외장하드에 따로 소장까지 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시즌 8 에피소드 9화인 'The Mysterious Voyage of Homer'이다.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자면- 호머는 매 해 스프링필드에서 펼쳐지는 칠리 축제의 매운 칠리 먹기 최강자이다. 하지만 대회 때마다 술에 취해 부끄러운 꼴을 보이는 호머는 올해는 술을 먹지 않기로 아내 마지와 약속한다. 올해도 여러 부스를 쳐부수며 연전연승하는 호머의 앞에 놓인 건 클랜시 서장의 퀘츨차카토낭고(...)산 칠리. 이 칠리는 혀 끝에 닿기만 해도 혀가 타는듯 했고 이를 당해낼 수 없었던 호머는 불타는 혀를 달래고자 마지와의 약속을 깨고 급하게 맥주를 마신다. 하지만 여지없이 이 모습을 마지에게 들킨다. 갖은 방법 끝에 어찌어찌 클랜시의 칠리를 먹는 데는 성공하지만 아까 급히 마셨던 맥주 탓일까, 아니면 정체불명의 미치광이 칠리 때문일까? 결국 호머는 정신을 잃게 되고 모든 것이 비현실적인 일종의 정신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난데없는 사막 한가운데, 높디높은 피라미드 위에서 자신을 영혼의 인도자라 칭하는 붉은 코요테가 나타나 호머에게 이르기를 명료한 생각이 내면의 평화로 이르는 길이며, 그 자기완성을 위해서는 소울메이트를 찾으라 한다. 다음날 정신세계에서 돌아온, 혹은 숙취에서 깬 호머는 자신에게 쌀쌀맞게 구는 마지를 뒤로하고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찾기 위한 힘들고도 어려운 여정을 떠난다. 수차례 맛보는 실패 끝에 동네 어느 구석의 등대에 도달한 그는 등대에 적혀 있는 'EARL'이라는 간판을 발견, 동네 구석에서 외롭게 등대나 지키고 있는 얼이라는 자가 자신의 소울메이트일 것이라 생각해 등대 꼭대기에 오르지만 안타깝게도 그를 맞이한 건 얼이라는 이름의 등대 관리 자동화 기기였을 뿐이었다. 끝내 외톨이로 남게 된 절망을 맛본 호머는 스스로 등대를 깨부고 그를 덮친 어둠 속에서 혼자 미친 듯이 웃는다. 그때 그런 호머를 찾아 마지가 등대로 들어선다. 호머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그녀가 호머의 습성을 근거로 그의 뒤를 쫓은 결과였다. 결국 호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내 마지야말로 그가 바로 그토록 찾던 소울메이트였던 것이다.

 

"I'm the Spirit Guide."

소울메이트라 일컬어지는 진정한 친구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담은 에피소드이지만 난 에피소드 중 이 코요테가 한 "자기완성을 위해서는 소울메이트를 찾으라"는 말이 아직도 가장 와닿는다.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은 내 일생일대의 목표이다. 사람은 독립적으로 잘 살 수 있어야 올바른 관계 형성이 가능한 것도 잘 알고 있고, 나 자신이 종교인으로서 예정된 쓰임을 위해 그 길을 홀로 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알고 있다. 다만 그런 여정 가운데 나를 잘 이해해 주고 내 편이 되어 함께 걸어주는 타인을 만나는 것 또한 간절히 원해 왔다. 그런 관계에서 얻어지는 행복을 알고, 내가 그런 관계를 원하도록 태어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이런 마음이 반영된 모양인지 이 영혼의 인도자(우주 코요테Space Coyote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듯하다. 나는 이 이름이 더욱 마음에 든다.)의 사진은 트위터 첫 개설 당시부터 현재까지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었고, 바로 위에 실린 저 그림은 수년간 내 카톡 배경 사진으로 걸어뒀었다. 소울메이트를 찾고자 하는 나의 바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남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일까? 관계를 파괴하는 의존성을 지닌 사람은 아닐까? 다만 가끔은 어려울 때가 있을지라도 타인과의 관계를 포함한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나의 영적 성장을 위한 값진 요소들이라고 믿는다.

 

 

 

 

 

+240302 그리고 그토록 바랐던 소울메이트를 찾았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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